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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는 미끼, 진짜 목표는 개발자

ITWorld 코리아
오픈소스는 미끼, 진짜 목표는 개발자

필자는 개발자 도구 전문 업체 볼랜드(Borland)의 오랜 사용자다. 1990년대 초 터보 파스칼(Turbo Pascal)부터 델파이(Delphi)까지 볼랜드 도구를 사용해 왔다. 패러독스(Paradox)도 써봤고, 볼랜드 오피스(Borland Office)를 고집해 보기도 했다. 인프라이즈(Inprise) 시절을 거쳐 카일릭스(Kylix) 프로젝트에도 발을 들였으며, 코드기어(CodeGear)에서 엠바카데로(Embarcadero)로 인수·합병되는 시기에는 실제 볼랜드 직원이기도 했다.

볼랜드의 흥망성쇠는 한 권의 책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다. 요점만 말하자면, 볼랜드가 개발자 도구라는 본업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볼랜드의 실책 중 하나는 자사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인터베이스(InterBase)를 오픈소스화한 것이었다. 2000년대 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학계의 그늘에서 벗어나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레드햇의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모든 기업이 리눅스와 오픈소스 흐름에 올라타려 했고, 볼랜드도 인터베이스를 앞세워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 뒤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첫째, 인터베이스 소스코드를 포크한 파이어버드(Firebird)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둘째, 볼랜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고 인터베이스를 다시 클로즈드 소스 제품으로 전환했다. 개발자가 볼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때도 중심은 개발자

결국 모든 것은 개발자로 귀결된다. 땀에 흠뻑 젖은 채 무대 위에서 “개발자, 개발자, 개발자!”를 외치며 뛰어다니던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를 기억하지 않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랫동안 오픈소스에 적대적인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NET과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같은 핵심 도구를 오픈소스화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전략인지 결국 깨달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의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두 도구 모두 명백히 개발자를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아마존도 AWS를 출시하면서 같은 전략을 택했다. 아마존은 IT 조달 프로세스를 우회해 개발자가 신용카드 한 장만으로 가상머신을 바로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당시 SDK 없이 배포하며 개발자가 알아서 방법을 찾길 기대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곧 방향을 수정했다.

오픈소스는 훌륭한 개념이다. 하지만 오픈소스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 그 이상의 이점을 기업에 안겨준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볼랜드는 오픈소스 시도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오픈소스를 기업 성공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방법은 이후 빠르게 명확해졌다. 저서 『더 뉴 킹메이커스(The New Kingmakers)』의 저자 스티븐 오그레이디가 주장하듯,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발자다. 기업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각종 무료 리소스로 개발자를 공략하는 것이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핵심 방법임을 빠르게 인식했다. 도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주체가 결국 개발자인 만큼, 개발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언제나 현명한 전략이다.

지금도 중심은 개발자

AI도 이 공식을 바꾸지 못했다. 최신 사례는 엔비디아에서 찾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GPU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GPU는 구동 소프트웨어 없이는 팔리지 않는다. 순수 C++로 GPU 코딩을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었고, 엔비디아는 자사 하드웨어 기반 개발을 비교적 쉽게 해주는 독점 개발 레이어 CUDA를 개발했다. CUDA 사용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엔비디아 하드웨어에 의존하게 된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엔비디아 개발자 기술 부문 디렉터 나더 칼릴은 “최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활용할 최고의 소프트웨어도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스택에서 사용자와 맞닿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개발자는 에이전틱 코딩에 집중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도 그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또 엔비디아는 개발자가 자유롭게 사용하고 검토하며 목적에 맞게 파인튜닝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 모델 시리즈 네모트론(Nemotron)을 출시했다. 물론 네모트론은 CUDA 기반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엔비디아도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의 GPU 수요를 맞추기에도 벅찬 상황이지만, 개발자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직접 모델을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개발자 시장까지 공략하려는 것이다.

오픈소스 운동은 순수한 마음과 고결한 이상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오픈소스의 현실에서는 고결함과 기업의 상업적 논리가 뒤섞이기 쉽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미끼이고, 개발자가 진짜 목표물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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