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도입에 관대했던 의료계, 왜 미프진에만?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도입 검토를 지시하자, 산부인과 단체와 일부 의료계는 일제히 "안전성 검증되지 않았다.", "법 개정이 먼저다",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책임 전가다"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하지만 위험하게 온라인 상에 유통되는 약물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여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거부하는 논리로 너무 궁색하다. 그럼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하나씩 따져 보자.
신약 도입에 관대했던 의료계, 왜 미프진에만?
의료계는 그동안 난소암·유방암 치료 신약이 도입될 때, 심지어 소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나 최종 생존율 개선이 확인되지 않은 조건부 허가 약물이 들어올 때도 위험을 경고하는 성명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 접근성 개선을 명분으로 신약을 환영했고, 건강보험 급여의 신속한 적용을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를 열어 왔다. 신약의 접근권을 앞장서 외쳐온 이들이, 유독 미프진 앞에서만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상품명: 미프진)은 '검증되지 않은 신약'이 아니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이래 35년 넘게 사용된, 오래된 약물이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온갖 편견과 정치적 공세 속에서 이 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검증을 거친 약물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반복적으로 수행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핵심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렸다. 현재 약 100개국에서 사용되며, OECD 국가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가 흔히 '주요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 가운데 이 약을 쓰지 않는 곳은 사실상 한국뿐이다.
'가교임상' 요구의 허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시험"까지 요구한다(가교시험은 신약을 국내 도입할때 인종적 차이를 고려하여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임상시험이다). 그러나 이 약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우리와 인종적 차이가 거의 없는 국가에서 이미 오랜 기간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문제 없이 사용해 온 약물이다.
더 근본적으로, 가교임상 요구는 국내 신약 허가의 실제 관행과도 동떨어져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허가된 신약 66건 가운데 가교시험 자료를 실제 제출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30건은 면제되었고, 26건은 다국가 3상 임상의 한국인 자료로 대체되었으며, 3건은 약동학 시험으로 갈음했다. 그나마 제출된 7건 중 3건은 아시아 지역 가교자료였고, 3건은 애초에 일본 제약기업이 허가 받은 신약이었다. 게다가 임신중지처럼 시급성이 높은 의약품에 대해 가교임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다른 신약에는 묻지 않던 것을 미프진에만 요구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초음파 확진이 필수? 최신 근거는 다르게 말한다
의료계는 투약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한 임신 주수 확진과 자궁외임신 배제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 기준은 30년 전 데이터가 아니라 최신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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