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 열린 작은 책방…"아이들은 책으로 친구 됐어요"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이 책 정말 재미있어. 한번 읽어봐."
22일 오전 울산 남구 청솔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 앞 복도. 1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교실에서 우르르 몰려 나왔다.
이내 복도에는 책을 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복도 한편에 마련된 '너도나도 무인 책방' 앞의 모습이다. 이 책방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다. 학급의 경계를 넘어 좋아하는 책을 함께 나누고 독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아이들만의 작은 문화공간이 됐다.
'너도나도 무인 책방'은 '너와 나, 우리 모두 책을 가까이하길 바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처럼 책방에는 관리자가 없다. 2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무인 체계(시스템)'로 운영된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참여자 등록부에 이름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갔다가 다 읽은 뒤 제자리에 꽂아두면 된다. 특히 책을 읽고 난 뒤 생각과 느낌을 적은 독서 카드를 응모함에 넣으면, 독서의 즐거움은 한층 더 커진다.
이 특별한 공간은 2학년 1반 안현정 담임교사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지난 4월 울산시교육청의 교과 융합 독서교육 실천 학급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예산을 토대로 책방의 기틀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교실 내 '작은 책 카페(미니 북 카페)'로 구상했지만 안 교사는 "우리 반만의 공간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학생과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영 범위를 2학년 전체로 넓혔다.
책방에 있는 23권의 도서는 아이들에게 더욱 뜻깊다.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목록을 직접 골랐다. 안 교사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가족과 대화하고, 학교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습관을 기르길 바랐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7일 운영을 시작한 이후 응모함에는 학생들의 독서 카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학생들은 "독서 카드를 쓰니 책 내용을 더 잘 알게 돼요", "무인 책방 덕분에 책 읽기가 더 좋아졌어요"라며 즐거워한다. 특히 사계절의 변화를 색과 소리를 이용해 감각적으로 표현한 신유미 작가의 '산의 노래'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너도나도 무인 책방'에서는 매일 8~10권의 책이 대출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추천한 책을 친구가 읽고, 서로 독서 소감을 공유하면서 반을 넘어 책으로 깊게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꾸준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에는 특별한 선물도 전달한다. 1회 이상 참여한 학생에게는 격려의 연필을 선물하고, 3회 이상 참여한 학생에게는 1반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특별한 선물을 배달하며 아이들의 독서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안현정 교사는 "누군가가 시켜서 읽는 독서가 아니라,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책과 가까워지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가정이나 도서관, 서점에서 가족과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인주 교장은 "너도나도 무인 책방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건강한 독서의 씨앗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