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는 집값 잡는 수단이 아니다

ONP 요약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집단대출을 별도 관리해 실수요자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분양시장에서는 잔금대출이 어려워진 입주자들의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도 성향:실수요자 보호 — 집단대출 규제 완화가 입주자 부담을 줄여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
보수 성향:대출 한도 가림 — 규제 완화가 부동산·기업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 시각
부동산 세제 논쟁이 다시 뜨겁다. 거래세와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균형이라는 어려운 삼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다주택자 중과, 실거주자 혜택, 장기보유공제, 고가주택 기준까지 수많은 변수가 끼어든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난제가 있다. 상반되는 이해관계와 욕망이 뒤엉켜 있어 애초에 국민적 합의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집값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할까? 목표만 같다면 슈퍼컴퓨터를 동원해서라도 그 어려운 방정식을 풀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일은 없다. 집을 가진 사람은 다른 집은 몰라도 자기 집값은 오르기를 바란다. 비수도권이나 강북 주민은 수도권과 강남만 오르고 자기 지역은 오르지 않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내가 내는 세금은 싫어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불로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매기기를 바란다.
욕망이 서로 다르니 부동산 정책의 목표부터 합의될 리 없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조세의 원칙은 단순하다. 담세력, 즉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소득과 소비, 재산은 그 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같은 담세력에는 같은 세금을, 더 큰 담세력에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의 수평적, 수직적 공평성이다.
그런데 부동산 세제 논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어떻게 세금을 바꿔 집값을 조정할 것인지부터 묻는다. 잘못 끼운 첫 단추다. 부동산 세제의 일차적 목적은 집값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걷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적인 가격 조절은 금융·주택·도시정책이 담당할 일이지, 세율표가 직접 수행할 임무가 아니다. '담세력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간단한 원칙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지는 소득세와 소비세가 이미 증명했다.
사고실험을 해보자. 나는 재정 전문가다. 재정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세제 발전에 나름 이바지했고 매년 수천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일을 해왔다. 그렇다면 재정 전문가의 소득세를 낮춰 더 열심히 일하게 하면 나라 곳간이 충실해지지 않을까. 국가에 필요한 직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덜 필요한 직업의 세금을 올린다면 얼핏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소방관과 경찰관, 기자와 과학자, 제조업자와 상인 모두 자신이 사회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며 세금을 낮춰달라고 할 것이다. 국가는 어떤 직업에서 발생한 소득이 더 바람직한지 판정할 능력이 없고, 판정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소득세는 종합과세(모든 소득을 하나로 합산해 같은 세율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 원칙을 택했다. 어떤 소득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합산해 같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세도 마찬가지다. 일부 생필품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소비에 동일한 10%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에어컨과 냉장고 같은 '사치품'에 특별소비세로 더 높은 세율을 매기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에어컨을 사치품이라 부르면 웃음거리가 된다. 경기가 나쁘다고, 물가가 오른다고 부가가치세율을 올렸다 내렸다 하지 않는다. 소득세와 소비세는 모두 정책적 조절 기능을 포기하고 조세 원칙으로 돌아감으로써 깔끔해졌고 성공했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 세제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세제를 풀고, 과열되면 죄려 한다. 소득세와 소비세가 이미 걸어온 길을 부동산 세제만 거꾸로 걷고 있다.
금융·공급·세제의 3박자가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정책의 수단은 크게 셋이다. 금융(금리와 대출 규제), 공급, 그리고 세제다. 정파적 믿음과 한정된 경험에 따라 공급만, 또는 세제만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3박자가 모두 중요하다. 다만 각자의 역할과 작동 속도가 다를 뿐이다.
주택시장은 세포분열을 하는 유기체와 닮았다.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암세포처럼 경제와 사회를 위협한다.
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주택시장에서 운동과 좋은 음식에 해당하는 것이 공급과 보유세다. 꾸준하게 공급이 계속되리라는 시장의 믿음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이 주택에만 몰리지 않도록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는 적절한 보유세도 필요하다. 이 둘은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가격 기대를 안정시키는 수단이다.
그러나 암에 걸린 다음에 운동을 시작하고 보리밥에 브로콜리를 먹는다고 암이 낫지는 않는다. 특히 서울은 새로 공급할 주택용지 자체가 거의 없다. 새로운 공급에는 기존 주택의 멸실이 필요한데, 멸실은 즉각적이지만 공급에는 시간이 걸린다.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어느 대도시도 공급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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