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대신 식탁에서... 전국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차린 한 끼

늘 남을 돌보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식탁 앞에 앉았다.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초까지, 2026 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공탁(共卓)'이 차려졌다. 이번 공탁에는 서울·경기·인천·대구·옥천·광주·천안·수원 등 전국에서 24개 팀, 323명이 참여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동료를 초대해 함께 한 끼를 나눈 이들이다.
공탁은 존중과 연대의 마음을 담은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누는 응원밥상이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주관해 2024년부터 이어왔다. 올해도 선정된 팀에 식재료비와 공간대관료 등이 지원됐고 앞치마와 가랜드, 나무 도마 등으로 꾸린 '공탁 키트'가 전해졌다. 밥상을 차린 이들은 교육·인권·여성·환경·노동·마을·청년 등 저마다 다른 현장의 활동가들이었다.
회의 끝나면 헤어지던 사이... 밥상이 관계를 열다
가장 많이 반복된 말은 '회의실이 아닌 식탁'이었다. 평소 회의나 집회, 기자회견에서만 얼굴을 보던 동료들이 처음으로 밥상 앞에 마주 앉았다는 것이다.
수원의 교육활동가들을 초대한 인권교육온다는 "항상 회의에만 모여서 회의가 끝나면 헤어지는 패턴이었는데, 다 같이 모여 맛있는 걸 먹으니 웃음이 절로 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노원여성인력개발센터는 아예 하반기 업무의 시작을 회의실이 아닌 식탁에서 열었다. 종사자 16명이 이탈리안 음식을 함께 만들며 상반기의 수고를 나눈 '냠냠스타트'다.
수원에서는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들이 아침 일찍부터 장을 보고 수육을 삶아 수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맞았다. 바쁜 일정 탓에 밥상은 1·2부로 나뉘었고, 준비한 음식이 모자라 김치볶음밥을 급히 볶는 따뜻한 소동도 있었다. 그럼에도 후기는 "회의, 기자회견, 집회에서만 만나는 활동가들이 편하게 일상을 나누고 수다를 떨며 서로에게 힘 받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늘 돌보던 사람들이 이번엔 대접받았다
공탁의 자리에서 활동가들은 익숙한 역할을 잠시 내려놓았다. 늘 다른 사람의 권리를 말하고 누군가의 어려움에 달려가던 이들이, 이번에는 대접받는 쪽에 앉았다.
전국이주인권대회 사무국 활동가들은 대회 준비 회의를 하다 셰프가 차려온 초밥 한 상을 만났다. 자료와 노트북을 펼쳐 둔 회의 테이블 위에서 초밥을 집어 먹으며 회의를 이어갔다. 후기를 쓴 활동가는 "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누군가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던 활동가들에게 이번에는 누군가가 따뜻한 한 끼를 건넸다"며 정성껏 준비된 음식이 "당신들이 하는 일을 알고 있어요, 그 시간을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연대는 언제나 거창한 모습으로만 찾아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에서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활동가들이 초대받았다. 5월을 위해 1년을 사는 이들에게, 광주시민사회지원센터는 단호박 스프와 월남쌈으로 '당신의 노고를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의 식탁을 차렸다. 후기는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서로를 돌보는 가장 쉽고도 따뜻한 방식"이라고 썼다.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해피유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 14명도 '해피한 점심 공탁'으로 사회복지 현장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았다.
밥 짓는 동료, 환대의 식탁
공탁의 셰프는 대부분 외부의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같은 활동가이거나 이웃, 선배였다.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상을 차리는 일 자체가 응원의 방식이었다.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의 밥상은 우리동네협동조합 이사장이 직접 맡았다. 지리산 '제철음식학교'에서 배운 솜씨로 우엉소고기밥과 소갈비찜, 깻잎양념김치 등 제철 밥상을 차렸다. 그는 "돌봄이 화두인 지금, 공익활동가를 돌보기 위한 가장 큰 방법은 먹거리 돌봄이 아닐까"라고 적었다. 경기북부 활동가들의 식탁에서는 '비건 희성'으로 활동하는 활동가가 '감자의 들깨'를 주제로 감자 스프부터 들깨버섯탕까지 비건 코스를 차렸다. 평택에서는 마을 활동가와 그의 딸이, 청주에서는 공정여행으로 다져온 솜씨의 선배 활동가가 앞치마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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