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짝 긁는 우리 악기, 이름이 정말 독특합니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가 공개되자마자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표방하는 국악밴드 이날치와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협업은 그야말로 문화계의 혁신 아이콘이었다.
사실 그들의 '범 내려온다' 노래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이었다. 드럼, 베이스의 중독성 있는 장단과 국악 보컬의 걸쭉한 노랫말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판소리를 새롭게 들려주었다. 또 외국인에게는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을 각인 시켰다. 다채로운 전통 의상과 선 굵은 현대 무용의 동작을 결합한 그들의 춤사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소리, 국악 속에서도 호랑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여정은 우리 악기, 우리 소리를 찾아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예술 속에서 승화된 호랑이는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안고 지난 3일 탐방에 나섰다.
우리 소리 속 호랑이를 찾아서
첫 번째 여정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악박물관이었다. 1995년에 개관하여 다양한 국악 유물과 악기를 전시한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박물관이다. 대학 시절 국악동아리 활동으로 예악당에 와서 다양한 국악 공연을 들었던 기억은 생생한데, 박물관은 처음 방문한 것 같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북들이었다. 건고, 응고, 노도, 영도, 뇌고 등 크기와 용도가 다른 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북을 받치는 받침대였다. 앞발을 모으고 웅크려 앉아 있는 호랑이들이 있는 게 아닌가.
불교에는 사물(四物)이라는 악기가 있다. 그중 법고(法鼓)라는 큰북은 들짐승을 대변하고, 땅 위의 모든 생물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용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궁중의 북에는 호랑이가 받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궁중의 왕은 용이고 이를 수호하는 것은 호랑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호랑이가 그 악기를 받친다는 것은 음악을 수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악기는 바로 악기 자체가 호랑이인 '어(敔)'라는 악기였다. 이는 나무를 깎아 만든 타악기로, 호랑이 모양에 서쪽을 상징하는 흰색을 칠한다. 해가 지는 방향이니, 보통 연주의 마지막을 알릴 때 사용한다고 한다. 연주자는 대나무 채로 호랑이의 등에 새겨진 톱니를 위에서 아래로 긁고, 머리를 세 번 두드린다.
왜 하필 호랑이였을까. <악학궤범>에서는 '어'를 음악의 끝을 알리는 악기로 설명한다. 호랑이는 산중의 왕이며 질서를 세우는 존재였다. 음악 역시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 연주의 마지막을 호랑이가 선언하는 것은 자연의 질서와 음악의 질서를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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