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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 거리서 길어 올린 영원의 화음…'원스' 글렌 핸사드, 낭만의 철학 '폴링 슬로울리'

뉴시스 속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일랜드 더블린의 차가운 길바닥에서 삶의 불협화음을 낭만으로 치환해 내던 음유시인이 영면에 들었다.

29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56세를 일기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글렌 핸사드(글렌 한사드)는 밴드 '더 프레임스'의 프런트맨이자 음악 영화 '원스(Once)'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싱어송라이터다.

핸사드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핍진한 음악 영화였다. 더블린의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알코올에 의존하며 종종 폭력성을 드러내던 아버지 아래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수감된 삼촌이 남기고 간 낡은 기타는 유일한 구원이자 도피처였다.

밥 딜런, 레너드 코헨, 반 모리슨의 우수에 찬 철학적 음악에 매료된 그는 정규 교육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거리로 나섰다. 1990년 결성한 더 프레임스를 통해 아일랜드 음악계에 굵직한 궤적을 남긴 그는, 특유의 거칠고 야생적인 보컬로 밑바닥 삶의 페이소스를 토해내며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이름이 전 세계에 각인된 것은 2007년 존 카니 감독의 저예산 독립 영화 '원스'를 통해서다. "촬영 첫 며칠간 작품과 교감하지 못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서야 배역을 수락했던 그는 체코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르게타 이글로바를 만나 스크린 안팎을 넘나드는 기적 같은 앙상블을 빚어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명곡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는 2008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영예를 안았고,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연기를 두고 "스크린 속 그들에게서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명작"이라고 극찬했다.

'원스'의 두 주인공이 결성한 포크 듀오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은 상이한 두 세계가 만나 이루어내는 미학적 교집합의 정수였다. 연인에서 동료로 관계가 변모한 이후에도 그들의 음악적 결속은 단단했다. 특히 무려 16년 만인 지난해 발매한 정규 앨범 '포워드(Forward)'는 불확실한 삶 속에서도 서로의 변화를 긍정하는 성숙한 세계관을 증명했다.

앨범 발매 당시 뉴시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글로바는 이들의 음악이 뿜어내는 정서적 구심력을 철학적으로 짚어냈다. 그는 "글렌은 불, 땅, 남성적인 면이 있고 저는 물, 공기, 여성적인 면이 있다. 우리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기에 감정의 스펙트럼이 더욱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며 화음을 빚는 과정에 대해 "상대가 커질 수 있도록 서로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춤과 같다. 우리 자신을 줄이고 자신보다 더 순수하고 큰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남녀 간의 로맨스를 노래하던 이들의 시선이 어떻게 아이들과 파트너, 그리고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 사랑으로 확장됐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핸사드와 한국 팬들의 인연은 유달리 깊고 각별했다. '스웰 시즌'은 2009년 두 차례, 2010년, 그리고 2015년까지 총 네 차례 내한 공연을 가졌다. 특히 2015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무대는 한국 팬들만을 위해 두 사람이 3년 만에 재결합해 성사된 뜻깊은 자리였다. 핸사드의 짐승 같은 포효와 거친 기타 연주가 할퀴고 간 자리를 이글로바의 나긋한 목소리가 토닥이던 그날, 솔로곡 '더 기프트(This Gift)' 연주 도중 기타 줄이 끊어질 정도로 혼신을 다했던 핸사드의 열정은 관객들을 압도했다. 공연 막바지, 1층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부른 코헨의 '패싱 스루(Passing Through)' 커버 무대는, 음악을 통한 '치유'가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진실한 영혼의 교감임을 입증한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이후 영화 '원스'가 브로드웨이를 거쳐 한국어로 번안된 라이선스 뮤지컬로 거듭난 것 역시 이들에게는 벅찬 감동이었다.

2012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핸사드는 자신이 비록 "사랑 노래가 지닌 고유한 문법 안에서" 창작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순한 연애사에 국한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제 노래는 저와 조국, 저와 나의 친구들, 저와 내면의 자아, 그리고 저와 신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지 세상을 향해 말을 건네기 위해 익숙해진 언어일 뿐이지요."
삶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오류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끊임없이 다른 이들과 화음을 맞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Forward). 그것이 상처 입은 뒷골목의 버스커가 56년의 짧은 생을 통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아름다운 철학이다. 그의 거친 숨소리는 멈췄지만, 세상을 온전히 껴안았던 그의 선율은 남은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천천히 스며들(Falling Slowly)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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