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의 궁·태초의 귀매·쇠사슬 의미…최정규 감독 해석
욕망과 악행이 한 곳으로 향했다. 이는 작품 속 태초의 귀매가 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을 연출한 최정규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 속 궁의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이 세계 인간들의 욕망과 악행, 권력욕이 가장 집중된 곳을 궁으로 상징했죠."
이어 "태초의 귀매가 누군가를 끌어당겨 그곳을 궁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며 "쇠사슬도 그런 연결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작품 속 귀매의 존재는 구천(남주혁)의 설명을 통해 구체화된다. 구천은 "귀신과 달리 사람이 죽어 귀매가 된 게 아니라 자연의 음험한 기운이나 사람들의 나쁜 기운들이 한 장소에 쌓여서 생겨난다"며 "마음에 어둠이 있는 자를 괴롭히고 홀린다"고 밝힌다.
이는 후반부에서 구천이 왕(조승우)의 자리를 바라보는 장면과도 연결된다. 최 감독은 "욕망이 집중되고 악의 구렁텅이에 자의든 타의든 물든 인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귀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분했다. 제작진은 같은 장소에 두 개의 세트를 지은 뒤 각각 다른 계절에 촬영하며 두 세계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그는 "귀의 세계는 스산하고 나뭇가지가 없는 겨울에 촬영했고 현실 세계는 컬러가 드러나는 봄과 여름에 찍었다"며 "귀의 세계는 색감뿐 아니라 질감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건축 구조 자체를 일부러 비틀어 표현했다"고 말했다.
색 대비에 대해서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저승에 대해 논의하면서 불과 황폐함, 스산함이 떠올랐고 대표할 색을 부여하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강렬하면서 초반 서사와 맞닿는 색을 생각하다 보니 저승은 붉은색, 귀매들의 공간은 그들만의 영역으로 보라색으로 표현했다"며 "노란색은 순수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오염과 폐기물을 연상시키는 색이기도 해 후반부로 갈수록 구천이 악귀화되고 세계가 황폐해지는 과정을 살리고 싶어 노란색 계열의 톤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꺼먹살이, 돌 석상 표현…'아이고' 소리 그레고리안 찬트 분위기"
카메라 앵글에도 의미를 담았다. 이 가운데 왕을 보다 특별한 존재로 보이기 위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촬영하는 '로우 앵글'을 활용했다.
최 감독은 "왕이 주변 경관과 사람들 속에서도 더 외롭고 독보적인 존재로 보이도록 구도에 신경 썼다"며 "왕이 가진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서 빛에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극 중 화제를 모은 '꺼먹살이'의 탄생 과정도 공개했다. 주인공 구천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는 동시에 강렬한 능력까지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가장 많은 디자인이 나왔단다.
"동물형과 식물형으로 나오다가 우리 개념에 어떤 게 맞는지를 생각했어요. 흙으로 만든 토우와 석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제주도 돌 석상처럼 검은 흙과 돌을 가지고 표현해 보려고 했어요.(웃음)"
음악과 음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최 감독은 "초반 '아이고' 소리는 그레고리안 찬트(그레고리오 성가)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몇 초 되지 않지만 음장이 퍼져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악감독과도 전통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말자고 논의했다"며 "국악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했고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전기기타를 써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승우, 통화하면 몇 시간씩 얘기…남주혁·노윤서 열심히 상상하며 촬영"
작품을 향한 배우들의 남다른 열정도 전했다. 최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조승우에 대해 "한 번 통화하면 몇 시간씩 얘기했다"고 웃었다.
"왕이라는 인물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이야기를 탐구하는 과정이 꽤나 많았죠."
실제로 조승우는 제작발표회에서 "캐릭터 고민으로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고 전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승우 씨가 굉장히 디테일하다"며 "제가 놓쳤던 부분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덧붙였다.
조승우와 장영남이 맞붙는 장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보여준 두 분의 에너지에 놀랐다"며 "촬영이 물 흐르는 듯 흘러가서 여러 번 촬영할 필요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이어 "승우 씨는 촬영 장면의 동선을 고민하기 위해 세트 도면까지 요청했다"며 "사전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지만, 두 분이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캐치하더라"고 강조했다.
박수무당 역을 맡은 이홍내에 대해서는 "이번 역할을 위해 무속 자문을 받고 직접 지리산까지 가서 무속 행사를 참관했다"며 "굿 장면에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을 다 받으며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남주혁과 노윤서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현실 세계에 노윤서 씨가 있고 귀의 세계에 남주혁 씨가 있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장소, 다른 날에 촬영해야 해 서로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부 신은 몇 달 후에 촬영하기도 했다. 두 배우 모두 열심히 상상하며 찍었다. 천재 같은 배우들"이라고 강조했다.
'동궁'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2위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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