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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산직과 유니버설 로봇 사이, 누가 공장의 주인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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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산직과 유니버설 로봇 사이, 누가 공장의 주인이 되는가

2023년 3월 2일,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리며 한때 접속 지연 현상을 빚었다. 한때 동시 접속자는 2만 명에 달했다. 현대차가 기술직 신입사원 400명을 뽑는 공개채용을 시작한 날이었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열린 공채였다.

사람들은 현대차 생산직을 '킹산직'이라 불렀다. 생산직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일자리라는 의미로 온라인에서 붙은 별칭이다. 높은 임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량 할인과 각종 복지, 만 60세 정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용 안정성에 대한 기대까지 그 이름에 담겨 있었다.

최근 현대차의 '킹산직' 채용은 몇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일이 됐지만, 국내 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던 시기에는 달랐다. 현대차는 1986년 울산2공장, 1990년 울산3공장, 1996년 아산공장을 차례로 준공했다. 생산설비 확대와 함께 생산라인을 운영할 인력 수요도 커졌다.

그러나 현대차가 1996년 아산공장을 준공한 이후 2026년 울산 EV 전용 공장 가동에 들어가기까지, 현대차가 국내에 자체 완성차 생산공장을 새로 세운 것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약 30년 만이다. 그 사이 해외 생산거점은 확대됐지만, 국내 기술직 신입 공개채용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논란을 겪은 현대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2012년부터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정규직 특별채용을 진행했다. 회사와 노조는 약 9500명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미 생산 현장에서 일하던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었고, 기술직 신입 공개채용은 사실상 2013년 이후 10년간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공장 증설과 함께 대규모로 채용됐던 세대도 이제 순차적으로 정년을 맞고 있다. 현대차 노조 자료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한 기술직 노동자 중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정년퇴직이 예정된 기술직 조합원은 9525명이다. 2026년에만 2024명이 정년을 맞는다. 반면 노사가 2024년 합의한 2026년 기술직 신규 채용 규모는 300명이다.

2024명과 300명의 차이가 곧바로 1724개의 생산직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 차이가 모두 자동화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해외 생산 확대와 차종 전환, 기존 인력 재배치도 함께 작용한다. 다만 과거처럼 퇴직자 수만큼 같은 형태의 일자리가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구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업은 정년퇴직자 수만큼 신규 인력을 채우는 대신 생산방식과 인력 배치를 다시 설계한다. 기존 인력이 맡던 업무는 남은 인력과 자동화 설비, 로봇에 재분배된다. 희망퇴직처럼 눈에 보이는 인력 조정도 있지만, 채용 규모 축소나 미충원처럼 조용히 진행되는 변화도 있다.

구직자에게 높은 임금과 복지, 정년 보장은 좋은 일자리의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같은 조건은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비용과 책임으로 계산된다.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 각종 수당과 상여금, 성과급, 노사협상 결과 등이 인건비 구조에 반영된다.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노사 갈등 역시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로봇도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 구입하고 운송해 설치해야 하며, 유지보수와 고장, 보안과 안전에도 비용이 든다. 다만 로봇은 일정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하는 자산이고 비용의 상당 부분을 투자 시점에 계산할 수 있다. 사람의 인건비는 근속과 임금체계, 제도와 교섭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기업이 비교하는 대상은 노동자 한 명과 로봇 한 대가 아니다. 기존 생산방식을 유지하며 인력을 충원할 것인지, 설비와 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체계 자체를 다시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방식은 달라도 기업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지표는 같다. 생산성은 얼마나 높아지고, 비용은 얼마나 줄어드는가다.

인간 대신 노동하는 존재를 꿈꾼 100년의 역사

사람이 하던 일을 맡길 존재에 대한 상상은 한 세기 전에도 있었다.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에는 인간 대신 노동하는 인조 노동자가 등장한다.

'로봇'이라는 이름은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나왔다. 당시 체코어에서 로보타는 농노의 부역이나 고된 노동을 의미했다. 기계의 이름이 되기 전부터 이 단어에는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과 종속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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