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 뽕뽕, 뿅뿅... 이름이 뭐든, 일단 건너보세요

"둘째야, 이 다리 어때?"
"무서워."
"왜 무서워?"
"구멍이 뚫려 있어서 무서워."
"음, 그럼 일단 여기 구멍으로 물 흐르는 걸 봐봐. 어때?"
"별로 안 깊네. 나 건너볼래."
경상북도 북부권은 사람들 발길이 드문 곳이다. 그 중에서도 예천은 미지의 동네나 마찬가지다. 예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들이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물동이마을로 유명한 회룡포가 사람들 사이에 처음 선보인 건 2000년. KBS 드라마 <가을동화>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다.
그전까지 회룡포마을은 경주 김씨 7집이 사는 조용한 곳이었다. 2009년 가을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 1박2일>에서 물이 보자기처럼 마을을 감싼 풍경이 공개되자 시청자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놀랐다. 섬이 아닌 육지였지만 물이 감싼 마을이라 인근 마을로 가려면 두 발 말고는 답이 없었다.
"우리 어릴 땐 다리가 어딨어요? 어른들은 바지 걷고 그냥 건너고, 얼라들은 빨간 고무통에 둘씩 셋씩 실어서 어른들이 물에 띄워 끌고 갔지. 안 그러면 뒤쪽 산길로 걸어 개포면으로 돌아가든지요."
- <농민신문> 2013년 7월 29일자 기사 중
수많은 이름을 가진 다리
1997년까지 마을 사람들은 두 발로 걷거나 나룻배를 탔다. 아무래도 불편했다. 1997년 마을 사람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자재를 사서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 재료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구멍 뚫린 철판(비계)이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일본어 표현을 바탕으로 한 은어인 '아르방'(알루미늄 작업대)이란 표현을 썼고, 마을 사람들은 그 표현이 익숙했다.
1990년대 몇몇 매체가 회룡포마을을 다루면서 새로 생긴 철제다리를 소개했다. 한 매체는 '뽕뽕다리'라 했고, 한 매체는 '철판다리'라 했다. 어디서는 '철다리'라 했다. 어느 매체는 회룡포를 소개하면서 이 다리를 제외했다. 다리 이름은 부르는 사람마다, 듣는 사람마다 달랐고, 이름 또한 제각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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