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불기소, 법원은 유죄... 윤석열 '건진법사' 발언 판단 달랐던 까닭

윤석열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에는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는 윤씨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면서, 202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내렸던 불기소 결정을 판결문 29쪽에 명시했다.
마) 피고인(윤석열)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 결정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2022년 9월 8일 위 발언에 대하여 '피고인이 건진법사 전성배와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다 또는 없다에 대해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
주목할 점은 판결문이 검찰의 불기소 사실만 간단히 적은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이 어떤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옮겼다. 쉽게 말해 당시 검찰은 윤씨의 발언을 전씨와의 친분관계를 부인한 말로 보기 어렵고, 달리 그런 의미로 해석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형사합의21부는 같은 발언의 의미와 실제 친분관계에 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윤씨의 발언이 단순히 전성배씨를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소개받았는지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제기된 의혹의 내용과 기자들의 질문, 윤씨의 답변이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일반 유권자는 윤씨가 전씨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친분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봤다.
조순표 재판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윤씨와 전씨의 실제 관계, 김건희씨와 전씨의 관계, 두 사람이 알게 된 경위와 주고받은 조언, 윤씨가 재판 과정에서 인정한 사실 등을 차례로 검토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윤씨가 전씨를 선거 과정에서 우연히 처음 소개받은 것이 아니라, 2013년 말부터 김씨를 통해 알고 지냈으며 검찰 내 징계와 좌천 등 자신의 개인적·정치적 상황에 관해 조언을 받아온 것으로 인정했다.
윤석열 '유죄' 판결문 29쪽에 담긴 검찰의 불기소 이유
재판부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윤씨의 발언이 나온 당시의 사회적 맥락이다. 2022년 1월 세계일보는 전성배씨가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이른바 '건진법사'로 불리며 활동했고, 후보자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제기된 의혹은 단순히 전씨가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 출입했느냐, 어떤 공식 직함을 사용했느냐에 그치지 않았다. 전씨가 윤씨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부터 대권 도전이나 대선 출마 여부, 특정 수사 등에 관해 조언했는지 등이 보도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보도 이후 일반 유권자들이 궁금해한 것도 전씨를 선거 과정에서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를 받았느냐는 세부적인 소개 경위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지, 전씨가 윤씨의 정치적 판단에 조언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김건희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연결한 인물인지가 본질적인 관심사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윤씨가 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윤씨는 기자들에게 "제가 세계일보에 나온 그분은 우리 당 관계자가 인사를 한 적이 있다", "선거 때는 원래 다양한 분들이 오지 않느냐", "스님이라고 소개를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씨 측은 이 발언이 특정한 만남의 경위만을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전씨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 과정에서 당 관계자로부터 공식적으로 소개받은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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