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장기공급계약 시대'…"메모리부터 부품까지 물량 확보전"
[서울=뉴시스]박나리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수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이 핵심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부터 부품까지 이어져 온 장기계약 흐름이 최근 삼성전자와 SK그룹의 대형 협력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브로드컴과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고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묶어 공급하는 구조다.
SK그룹도 엔비디아와 5000억달러(약 730조원) 이상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비롯한 차세대 AI 메모리를 장기간 공급하고 공동 개발과 최적화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칩과 SK하이닉스의 HBM4를 활용해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두 협력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제품 공동 개발과 생산능력 확충,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맞춰 수년간 필요한 반도체 물량과 공급 일정을 미리 조율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들이 AI 관련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중장기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장기공급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메모리 부족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업계에서도 장기공급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AI 서버의 고성능화로 부품 수요와 요구 사양이 함께 높아지면서 빅테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빅테크와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맺었고, 이달에도 글로벌 대형기업과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확보했다.
LG이노텍은 고객사의 투자 약정과 장기공급계약을 전제로 신규 생산라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지난달 열린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FC-BGA 기판 확장 투자를 위해 2개 고객사와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며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와 부품 전반에서 장기계약이 늘면서 반도체 산업의 단기 사이클 변동성과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가 수년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며 "고객사는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사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장기계약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nr@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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