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은 바다에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기억도 밀려온다

대부도에 다녀왔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오후였다. 바다는 제 몸을 반으로 접어 수평선 너머에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 멀리 물러나 있었다. 드러난 갯벌 사이로 눈앞까지 뻗은 갯골은 바다가 돌아올 길을 미리 그려 놓은 지도 위의 길 같았다.
물이 빠져나간 검은 흙에는 기하학무늬가 남아 있었고, 조개들이 드나드는 작은 구멍에서는 보이지 않는 생명들이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놀라지 않았다. 썰물의 시간은 오래전부터 자기들의 것이었던 것처럼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함께 간 일행은 멀리 있는 작은 바위섬을 보고 순식간에 나이를 잃어버렸다. "가 볼까?"라는 한마디가 신호가 되어 몇 명이 옹벽을 타고 내려갔다.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신발을 손에 든 채, 모세가 바다를 가른 뒤 처음 열린 길을 건너는 사람들처럼 그곳을 향해 걸었다.
발을 붙잡는 펄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얕은 물길을 만나면 아이처럼 뛰어넘었다. 미끄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갔다. 그들의 뒷모습은 여행 온 어른이 아니라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갯벌로 달려가던 내 어린 시절 친구들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동료 한 사람이 한쪽을 가리켰다. 흙 위에 신발 한 짝이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
"갯벌에는 이상하게 신발이 늘 한 짝씩만 있더라."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두 짝이 함께 있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오래전 일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허둥지둥 뛰어나오느라 신발 한 짝쯤은 갯벌에 두고 오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눈앞의 대부도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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