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난 다음 날 아침, 도시의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청년예술청'은 포럼 시작 전부터 많은 인파들로 붐볐다. 문화예술 관계자와 예술가, 도시·공간 분야 전문가, 시민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그레이홀 객석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도시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쏠린 관심은 객석의 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예술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려는 기대감이 청년예술청을 채웠다. 포럼이 시작되자 장내를 채우던 대화는 잦아들었고 시선은 일제히 무대로 향했다.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의 주제는 '도시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예술이 서울의 표정이 될 때'였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호주 애들레이드의 거리로, 다시 도시개발과 공공공간의 문제로 이야기가 옮겨갈 때마다 객석에서는 메모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도시와 분야에서 출발한 발표들이었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였다. '공연과 축제가 만들어낸 순간의 열기를 도시의 일상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현장의 공기가 가장 팽팽해진 순간은 타라 맥러드 애들레이드 프린지 대표가 축제 이후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였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진짜 변화는 시작됩니다."
축제가 막을 내리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누군가는 투자를 결정하며, 어떤 사람은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단다. 맥러드는 축제를 한동안 도시를 들썩이게 한 기억이 아니라, 도시의 다음 시간을 움직이는 '변화의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최대 규모의 예술축제로 꼽히는 '애들레이드 프린지'는 매년 2월과 3월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공연장뿐 아니라 거리와 공원, 상점과 임시 공간까지 무대가 된다. 관객은 공연 한 편을 보고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의 흐름을 따라 도시를 걷고, 낯선 장소와 사람을 만난다.
맥러드는 축제의 역할을 문화를 직접 생산하는 '프로듀스(produce)'보다 문화가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플러리시(flourish)'에서 찾았다. 완성된 콘텐츠를 공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예술가와 관객, 지역사회와 관광산업 사이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2~3월의 열기보다, 그 두 달의 에너지로 나머지 10개월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축제의 성과를 관람객 수나 프로그램 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예술가들의 활동이 이어지는지, 시민이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졌는지, 지역의 공간과 상권에 새로운 관계가 남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가 소개한 애들레이드의 풍경에서 화려한 조형물보다 도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공연장을 찾아가는 관객, 일상적인 거리에서 예술과 마주한 시민, 축제가 만든 동선을 따라 익숙한 도시를 새롭게 걷는 사람들이었다.
"한 번 당신의 도시를 다르게 경험하면, 다시는 똑같이 보지 못합니다. 문화의 렌즈를 통해 보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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