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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둔 뒤 힘들 때마다 반복했던 말 한 마디

오마이뉴스
학교를 그만둔 뒤 힘들 때마다 반복했던 말 한 마디

사람들은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떠올릴 때 먼저 자유를 이야기한다.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고, 아침 일찍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 말이다. 그러나 자유는 언제나 바깥에서 보는 사람의 언어였다. 학교를 그만둔 날 내가 처음 마주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고요였다.

아침 여덟 시가 되어도 집 안은 조용했고,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 대신 내 방 창문으로 햇빛만 천천히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친구들과 같은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세상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지만, 나만 시간표 밖으로 밀려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처음 며칠은 늦잠을 자는 일이 좋았다. 알람을 끄지 않아도 되었고, 교복을 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면 친구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텐데 나는 혼자라는 사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건드렸다.

사람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보다 같은 시간을 살아갈 때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학교를 떠나며 잃은 것은 교실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 속에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김애란 시인의 시집 <난 학교 밖 아이>

얼마 전 학교 폭력과 질병, 가정 문제, 빈곤, 친구 관계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삶을 담은 김애란 시인의 시집 <난 학교 밖 아이>(2017년 3월 출간)를 읽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서 나아가 이들의 선택과 가능성을 응원하는 시들 가운데 '난 마네킹'이라는 시 앞에서 오래 멈춰 섰다.

내 가슴은 사정없이 뛰는데

친구들에겐 내 심장 소리 들리지 않고

얘들아, 내게 말을 해 봐

아무리 외쳐도 내 입은 움직이지 않지

친구들은 내게 말 걸지 않는 세상

화자는 분명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자퇴 직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들은 가끔 만나자고 연락했다. 하지만 시험이 있다거나 수행평가가 있다거나 학교 일정이 있다며 약속은 늘 다음으로 미뤄졌다.

누구도 나를 일부러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서로 다른 시간표를 살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더 슬펐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보다 같은 시간을 잃어버릴 때 더 깊이 외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는 설명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SNS를 열면 친구들은 교복을 입고 운동장에 서 있었고, 수학여행 사진을 올리고, 시험이 끝났다고 웃고 있었다. 나는 검정고시 문제집을 펼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같은 나이였지만 하루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그때는 학교를 떠난 선택보다 학교 안에 남겨두고 온 장면들이 더 크게 보였다. 수학여행, 축제, 쉬는 시간의 잡담처럼 그 나이에만 가능한 평범한 순간들이었다. 평범한 하루는 그 안에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지만, 떠나고 나면 가장 먼저 그리워지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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