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가구업체 '보피' 수백억 갑질 의혹…공정위 신고
세계 3대 주방 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이탈리아 '보피(Boffi)'가 국내 유통업체와의 독점판매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으로 수백억 원대 피해를 입혔다는 신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다.
국내 시장 안착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유도한 뒤 계약서의 독소조항을 근거로 계약을 종료한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십억 투자했는데…독소조항 근거로 계약 종료 통보"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31일 보피가 유통업체 A사와 독점 판매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글로벌 브랜드 보피는 2021년 A사와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에 따라 A사는 약 51억 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 등에 대형 전시장을 열고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기반으로 보피의 국내 인지도는 높아졌고 계약 3년 차인 2024년부터는 각종 대형 납품 계약 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투자 금액을 본격적으로 회수해야 할 시점에 보피의 태도가 돌변했다. A사는 보피가 고객사에 공급해야 할 물량을 확정해주지 않는 등 계약 체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본사의 공급 확약 없이는 물량을 발주할 수 없다 보니 A사는 대형 납품 계약들을 줄줄이 놓치게 됐다.
A사는 이로 인해 약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 등을 포함한 손해액이 약 15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A사는 특히 보피가 실적 미달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는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었고, A사는 이를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보피는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보피는 다른 국내 유통업체와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보피가 A사의 투자로 시장에 안착한 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A사는 보피가 과거 자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추진을 보류했던 프로젝트를 현재는 해당 유통업체와 진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피 측은 "계약 내용에 위배되는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발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사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보피 측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공정위 판단 주목…"불리한 거래조건 강제 여부 관건"
공정위가 해당 계약을 대리점법·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국내 유통사의 거래상 열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 계약' 사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서에 독소조항을 두고 이를 근거로 계약을 종료했다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점법 8조 1항은 계약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리점법 9조 1항은 공급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에 불이익을 주는 거래조건을 설정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피가 해야 할 공급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다가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공정거래법 45조 1항에서 규정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형식상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한 갱신 거절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합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하거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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