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사업적 자해행위'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 상품입니다. 1993년 이후 세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죠.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뉩니다. 속도는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D램이 약 60%,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낸드플래시가 약 4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D램의 역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IBM의 로버트 데나드 박사는 1966년 '1트랜지스터-1커패시터' 구조의 현대적 D램을 발명했습니다.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은 인텔입니다. 인텔은 1970년 최초의 상용 D램 칩 'Intel 1103'을 선보이며 세계 메모리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인텔은 1980년대 들어 큰 벽에 부딪힙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미쓰비시, NEC,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이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D램 시장에 대거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주력 제품 가격이 폭락하며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던 인텔은 1985년 D램 사업을 전격 포기하고, 기술 장벽과 마진이 높은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2020년에는 낸드 사업부마저 SK하이닉스에 매각(솔리다임 설립)하면서 메모리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포함)로 나뉩니다. 두 분야는 생산 및 판매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규격화된 표준 제품을 대량 생산합니다. 컴퓨터 메모리를 교체할 때 삼성전자 제품을 빼고 SK하이닉스 제품을 꽂아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이처럼 제품 간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얼마나 낮추느냐(원가 경쟁력)가 곧 생존의 핵심입니다(인공지능(AI) 시대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일정 부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연산·처리 칩을 제작하는 다품종 맞춤형 구조입니다. 인텔 CPU가 꽂혀 있던 자리에 AMD CPU를 꽂으면 작동하지 않는 식입니다. 기술 난도가 높고 프리미엄이 붙어 메모리 대비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텔의 철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기술력 못지않게 수익성을 뒷받침할 원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면 아무리 거대한 공룡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텔이 떠난 후 메모리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후 독일, 대만 등의 수많은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 한동안 춘추전국시대를 이뤘고, 여기에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그 틈새를 파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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