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은 국가 기준만, 대형건물은 서울시만 보는 은평구

지난 기사에서 은평구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추적해봤다. 은평구 온실가스 배출은 건물에서 67.7%, 도로수송에서 22.1%가 나왔다. 두 부문을 합하면 거의 90%다.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집과 건물, 그리고 자동차에서 대부분이 배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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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건물은 가장 큰 배출원이었다. 건물 부문 안에서는 일반 가정집의 비중이 컸고, 은평구 주택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도 약 81.5%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오래된 집의 단열과 창호, 냉난방설비를 함께 고치는 종합적인 대책이 중심이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존 건물·시설 제로에너지화 전략에서) 감축량의 약 87.5%가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교체에 몰려 있었다. 물론 보일러 교체도 필요하다. 하지만 벽과 창문으로 열이 새는 집에서 보일러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이것이 바로 지난 글에서 발견한 첫 번째 수상한 흔적이었다.
그런데 건물계획의 수상한 숫자는 보일러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강화,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한 건물 에너지 관리, 저탄소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를 넘겨보니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이름만 보면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은평구는 정말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다시 한 번 추적해 보자.
새 건물은 처음부터 잘 지어지고 있을까
먼저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강화 부분부터 살펴보자.
처음에 이 전략은 조금 덜 중요해 보였다. 은평구는 이미 지어진 오래된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물 감축의 핵심도 기존 건물에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새 건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새로 지은 건물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에너지를 쓴다. 지금 에너지 성능이 낮게 지어진다면, 앞으로도 쭉 그 배출량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은평구 기본계획은 신규 건축물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적용과 민간 건축물 녹색건축 설계기준 적용을 제시한다. 방향은 맞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상당 부분이 국가 기준이나 서울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치구가 법을 넘어 마음대로 더 강한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은평구가 할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행정은 재개발·재건축이나 대형 신축건물은 정비계획, 건축심의, 인허가, 공공기여 협의 과정에서 계속 이들과 만난다.
그렇다면 은평구는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 건물은 앞으로 얼마나 에너지를 쓰게 되는가. 냉난방비는 얼마나 나오는가. 태양광 설치는 가능한가. 준공 후 실제 에너지 성능은 확인할 수 있는가 등.
구청은 건축 인허가, 건축심의, 정비계획 검토, 공공기여 협의 과정에서 신축건물과 계속 만난다. 법을 넘어 일방적으로 더 강한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더라도, 에너지 성능을 더 꼼꼼히 검토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녹색건축 기준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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