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오래 사는 영혼이 과연 있을까? 이 그림을 보라

영혼을 육체와 분리되지 않는 영역으로 이해하는 경향은 주로 죽음과의 관계에서 근거를 찾곤 했다. 죽음을 노인과 연관해 묘사하는 그림은 여러 화가의 단골 소재였다. 아무래도 청년이나 장년에 비교해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선 시기여서 친숙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통 일상의 어느 한순간에 죽음이 문득 다가온 모습을 그린다. 죽음의 상징으로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해골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전의 그림은 영혼과 관련해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들의 재물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순간에 불과한 현세의 삶에서 더 많은 재물을 쌓는 데에 집착하다가 신을 멀리한 결과, 오히려 죽은 후에 영혼이 신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경고를 담았다. 영국 화가 조셉 라이트(1734~1797)의 <노인과 죽음>도 언뜻 전형적인 사례로 보이기에 십상이다.
육체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영혼
대표적인 이야기가 성경의 <야고보서>에서 심판의 날을 언급하며 부자들에게 한 경고다. 영혼에 닥칠 비참한 일을 생각하고 울며 통곡하라고 한다. "당신들의 금과 은은 녹이 슬었고 그 녹은 장차 당신들을 고발할 증거가 되며 불과 같이 당신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당신들은 이와 같은 말세에도 재물을 쌓았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도 잘 알려져 있다. 더 큰 창고를 지어서 곡식과 재산을 더 쌓아둘 생각에 만족스러워하는 부자가 나온다. "내 영혼에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두었으니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 이에 신이 말한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네가 쌓아둔 재물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영혼과 육체의 분리라는, 이원론 발상에서 나오는 메시지다. 현세의 삶에서 영혼이 육체적 욕구 충족에 필요한 재물에 충실하다 보면, 사후에 영혼만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를 반영한 회화에서는 부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화려한 집이나 쌓아 놓은 재물이 배경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셉 라이트의 <노인과 죽음>은 상당히 다르다. 먼저 인물이 부자와는 거리가 멀다. 발아래로 일정한 길이로 잘린 가지들이 쌓여 있어서,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 짐을 해오던 길임을 알게 한다. 옷차림도 부자는커녕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난한 농부다. 인간의 죽음을 종교적인 메시지와는 다른 성격으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배경도 재물을 쌓아둔 창고나 부유한 집이 아니다. 반대로 뒤편에 다 허물어져 가는 집이 겨우 버티고 있다. 이미 무너진 벽 일부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을 정도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 폐허 상태다. 자연 풍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가는 상당한 비중을 두고 푸른 하늘과 강, 그리고 산과 나무를 꼼꼼하게 그려 넣었다.
먼저 서로 다른 모습의 큰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잎이 무성한 나무 옆으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있다. 고사 직전의 나무를 바로 옆에 비교해 놓은 데는 화가의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견고해 보이던 벽돌집의 파괴는 물론이고, 인간보다 오래 사는 나무도 결국 수명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집이든 나무든 사멸한 후에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된다.
화가는 인간도 육체와 함께 영혼도 죽음을 맞이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나타내려는 게 아닐까? 영혼이 사멸하지 않고 다음 세상으로 이어진다는 이원론적 사고와 구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인과 죽음>에 의도적으로 설정해 놓은 여러 장치가 이를 뒷받침하고, 또한 그의 다른 대표작이나 근대 과학에 대한 관심사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근대 과학의 시각으로 보는 영혼
흔히 조셉 라이트는 '산업혁명의 정신을 표현한 최초의 전문 화가'로 불린다. 18세기에 근대 과학과 산업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문명에 요구되는 이성적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화가였다. 매달 모여 최신 과학의 발견과 쟁점을 놓고 토론하던 '루나 소사이어티'의 구성원으로서 여러 과학자와 폭넓은 교우 관계를 유지했다.
산업혁명의 발원지 버밍엄 일대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모임이었다. 회원들은 당대의 최고 과학자·공학자·사상가 등 14명으로 구성되었다. 증기기관차 발명을 촉발한 제임스 와트,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준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 산소를 발견한 화학자 프리스틀리도 등이 핵심 구성원이었으니 '영국 산업혁명의 구심점'이라 해도 그리 과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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