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왕 만들기'... 대통령이 결재한 '언론조종반 운영계획'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세계 각국의 독재정권과 내란세력은 언론통제를 통치의 가장 중요한 필수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악용하려고 시도했다. 과거 내란사례에서 배운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언론장악을 위해 시행된 비판적 언론인 축출과 사전 보도검열은 내란세력이 여론조작을 위해 악용하는 필수 정책수단이었다. 전두환 신군부는 혹독한 보도검열과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사 통페합 등 언론학살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조작을 통해 정권을 찬탈할 수 있었다.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허문도의 경귀가 현실화한 셈이다.
정권찬탈을 위한 언론장악과 전두환 '왕 만들기' K-공작계획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민중항쟁 이후 정권찬탈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언론 전반에 대한 대대적 폭거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신군부는 1979년 10.26사태 직후 시작된 보도검열과 이듬해인 1980년 3월 작성된 K-공작계획, 여름 '언론인 대량 강제해직'에 이어 11월에는 '언론사 통폐합'을 자행했다. 내란 완성에 방해가 되는 언론들을 억누르기 위한 마무리 단계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7계엄확대 조치 등 두 차례의 내란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장악을 통한 여론조작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란세력인 신군부는 적반하장 격으로 유력 정치인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기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앴다.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삭퐁의 광야에 홀로 선' 허문도의 경귀에 따라 움직였다. 1980년 7월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와 폐간조치를 내려 수백 종 월간지 등의 발행을 저지하고, 언론사 전체를 상대로 일괄사표를 강요한 뒤 언론인 1000여 명을 불법으로 강제 해직시켰다. 해직된 언론인들은 '거리의 언론인'으로 내몰렸다.
이어 언론사 통폐합 조치를 취해 전국 수십 개의 신문사와 방송사, 통신사의 문을 닫게 했다. 언론사 사주들은 보안사 사무실로 불려가 '새 시대를 맞아 국가 언론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폐간 각서를 써야만 했다. 전국의 64개 언론사는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통폐합됐다. 언론장악을 위한 마지막 작업으로 악법인 언론기본법을 만들어 신문과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켰고 보도지침을 하달해 언론보도를 철저히 통제했다.
언론의 무력화는 전두환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하나였다. K-공작계획은 1980년 신군부의 집권 시나리오 중 언론분야 관련 계획이다. 전두환이 주도하던 보안사 정보처 산하 별도 대책반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K는 왕을 뜻하는 King의 K로 전두환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공작이란 뜻이다. 1989년 12월29일 무소속 이철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했다.
전두환은 1980년 3월 27일 '언론조종반 운영계획'에 결재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언론검열이 장기화하면서 언론의 반발과 검열질서 문란 등 부작용이 파생되고 있으니 언론의 협조를 유도하고 순화하려는 목적을 내세웠다 당시 보안사 언론대책반장이었던 이상재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반은 이상재를 포함해 이아무개(문공부 파견요원), 안아무개(701 보안부대), 김기철(문공부 파견요원) 등 4명으로 구성했다가 K-공작 수행을 위해 14명으로 늘었다.
K-공작계획 문건은 1988년 국회 언론청문회에서 복사본이 공개됐으며 1996년 12.12군사반란과 5.18 내란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사규명위원회가 원본자료와 운영계획 등을 확인해 전두환 결재사실공식 발표했다.
8개항의 K-공작계획, "군부를 기반으로 안정세력 구축" 목표
K-공작계획은 8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조항 '목적'은 "단결된 군부의 기반을 주축으로 지속적인 국력 신장을 위한 안정세력을 구축함에 있음"이다. 두 번째 조항 '방침'은 "오도된 민주화 여론을 언론계를 통해 안정세로 전환"한다며 "언론계 호응을 유도에 주력"한다고 되어 있다. 이른바 '서울의 봄' 상황을 "오도된 민주화 여론"이라고 묘사하며 12.12 군사반란으로 자신들이 집권해 '안정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언론계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보도검열단을 통한 봉사활동"과 "중진들과 개별 접촉 회유공작 실시"를 계획했다.
세 번째 항목으로 '현 상황과 목표'를 제시했다. 시국관에 따라 정치세력 유형을 '민주화 위주'와 '안정위주' 두 가지로 분류하고 '안정위주' 세력을 다시 '안보중점'과 '경제중점'으로 구분했다. 표현상 국민여론이 '민주화가 우세'하고 '안보 중점의 안정세력이 열세'인 상태이고 '경제중점의 안정세는 잠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민주화 위주의 여론동향'을 '열세'로 바꾸고 '안정위주 세력'을 확대시켜야 하는데 '경제중점'은 일부 잠재세력으로 두는 반면 '안보중점 안정세력'을 절대적으로 '우세'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주의는 혼란한 상황이고 안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안정적이라고 전제한 국면전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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