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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88> 이 처사와 복숭아꽃 사이 떠다닌 일 읊은 최광유의 시

국제신문(부산) - 전체기사

- 遊春蘭舸泛桃花·유춘난가범도화강남에 옛날 대공 같은 처사의 집을 찾아갔는데(江南曾過戴公家·강남증과대공가) / 문 앞 고요한 강은 새벽놀에 깊이 잠겨 있었네.(門對空江浸曉霞·문대공강침효하) / 달빛에 앉아 향기로운 술잔에 죽엽주 기울이고(坐月芳樽傾竹葉·좌월방준경죽엽)/ 봄놀이 나선 목란 배는 복숭아꽃 사이 떠다녔네.(遊春蘭舸泛桃花·유춘난가범도화) / 뜰 앞 이슬 맺힌 연꽃은 붉은빛 섬돌까지 드리우고(庭前露藕紅侵砌·정전로우홍침체) / 창밖 갠 산 푸른빛은 비단 창문 안에 스며들었네.(窓外晴山翠入紗·창외청산취입사) / 옛날 즐겁게 노닐던 일 회상하며 밤마다 꿈꾸노니(徒憶舊遊頻結夢·도억구유빈결몽) / 봄바람 부는 서울(장안)에서 초췌한 신세로 눈물짓네.(東風憔悴泣京華·동풍초췌읍경화)위 시는 통일신라 시대 문인 최광유(崔匡裕·870?~?)의 시 ‘강남 이 처사의 집을 회상하며’(憶江南李處士居·억강남이처사거)로, ‘동문선’ 권 12에 들어 있다.그는 885년 10월에 당나라에 파견되어 898년 봄에 신라로 되돌아올 때까지, 약 15살부터 28살까지 13년 동안 당나라에서 숙위학생(宿衛學生) 신분으로 있었다.

그는 885년 당나라가 황소(黃巢)의 난을 완전히 제압한 것을 축하하러 가는 신라사절단에 끼어 당나라로 들어갔다.

최광유가 당나라로 가기 7개월 전인 봄 3월에 최치원은 신라로 돌아왔다.최광유의 시들은 신라시대 최치원 박인범 최승우의 시와 함께 고려 시대 간행된 ‘십초시(十抄詩)’에 각각 10수씩 실려 있다.

‘동문선’에 실린 최광유의 10수는 ‘십초시’에서 옮겨 실은 것이다.앞의 여섯 구에서는 이 처사의 집에서 지내던 시절을 그림처럼 펼쳐 보이나 마지막 두 구에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시인은 번화한 서울, 곧 당나라 수도 장안에 머물면서 옛 강남의 풍류를 꿈으로만 되새긴다.

아름다운 과거의 강남과 초췌한 현재 장안 생활이 대비된다.필자는 그제 조진만(66) 전 국제신문 해양 전문기자가 보낸 복숭아 한 박스를 받았다.

그는 신문사 퇴직 후 부산대 교수로 10년간 재임한 후 경북 의성으로 귀촌해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힘들게 농사지은 복숭아를 선물 받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최광유의 위 시도 떠올려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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