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종의 묵직한 울림…새로 쓴 '투란도트' [객석에서]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빈체로(Vincerò·승리하리라)."
거대한 무대 위 홀로 선 테너 백석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긴 그의 아리아는 무대를 가득 채웠고, 객석은 그가 외치는 승리의 선언에 빠져들었다.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개막했다.
'투란도트'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칼라프의 사랑을 웅장한 합창과 푸치니의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은 '투란도트' 초연 100주년을 기념해 풀 프로덕션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세계적인 테너 백석종의 국내 오페라 데뷔이기도 하다. 2022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삼손 역으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데뷔한 그가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무대를 호령해온 그는 고국의 관객 앞에서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깊고 풍부한 성량으로 등장할 때부터 객석을 압도한 그는 투란도트가 내는 세 개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투란도트"를 거듭 외치며 칼라프의 당당한 기개와 자신감을 그려냈다.
특히 '투란도트'의 대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를 때는 단단하게 뻗는 고음과 섬세한 표현력이 조화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안겼다.
로베르토 아바도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백석종의 아리아를 뒷받침하며 감정을 더욱 폭발시켰다.
백석종을 중심으로 무대 위 인물들은 저마다 탄탄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였다.
칼라프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시녀 류 역할에는 황수미와 신은혜가 출연한다. 22일 공연에서 황수미는 무릎을 꿇은 채 '들어주세요, 주인님(Signore, ascolta)'을 맑고 애절한 음색으로 풀어내며 칼라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날 투란도트 역으로 나선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는 차갑고 위엄 있는 음색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공주를 그려냈다.
100년 전 초연한'투란도트'는 투란도트의 거부에도 칼라프가 강제로 입을 맞추고, 이후 그녀가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결말 때문에 오늘날의 관객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정선영 연출이 이끈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이러한 결말을 답습하지 않는다.
칼라프는 강압적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대신 무릎을 꿇고 당신을 위해 기꺼이 패하겠노라 고백한다.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는 칼라프를 통해 사랑을 쟁취가 아닌 존중과 희생으로 풀어낸다. 그에게 등을 돌렸던 투란도트도 마침내 그에게 마음을 열며 "사랑"을 말한다.
줄곧 회색빛으로 닫혀 있던 무대는 마지막 푸른 하늘을 드러낸다. 사랑을 넘어 평화에 이르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순간이다.
22일 막을 올린 '투란도트'는 25일과 26일에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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