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몽실몽실, 가족 여름 여행 앞두고 데려온 것

잠자리를 찬찬히 바라본 적이 언제였을까. 까마득하다. 습기를 흠뻑 머금은 공기는 무겁게 내려 앉았다. 그래서일까. 눈 아래 높이에서 잠자리가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옛날 어르신들은 잠자리가 낮게 날면 비가 올 거라고 하셨다. 잠자리의 먹잇감인 파리, 모기와 같은 작은 곤충들은 습기가 많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져 낮게 난다고 한다. 그러니 잠자리도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낮게 비행한다는 것.
여름 텃밭 손님, 잠자리
잠자리 날갯짓을 따라 내 눈동자도 바쁘게 움직인다. 풀잎이나 나뭇가지에 앉으면 살금살금 다가가 사진을 찍게 된다. 잠자리는 순식간에 나를 어린 날로 데려간다. 잠자리 머리를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어 빙글빙글 돌리며 마법을 걸어 잠자리가 정신을 까무룩 잃었을 때 냅다 낚아챈 기억이다. 얼마간 그 얇고 여린 날개를 잡고 바라보다 결국 제자리로 날려 보낼 것을. 어린 날 여름은 그렇게 매미랑 잠자리를 잡고 날려 보내며 훌쩍 지나갔다.
"어릴 때 본 잠자리 보니까 정겹네."
"높은 잠자리! 왕 잠자리!"
"철비, 공중 철비!"
여름이면 어김없이 우리들 곁에서 계절을 보냈던 잠자리가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형제 카카오톡 대화방에 보냈다.
형제의 반응을 보며 웃음보가 터졌다. 형제들에게도 우리들 어린 여름날 한 장면이 소환되었나 보다. 기억력이 좋은 작은 언니가 기어이 '철비'라는 낱말을 우리들 앞에 문자로 형상화했다. 그 순간, '하하. 맞다. 철비라고 했었지!' 그 낱말 하나가 밑도 끝도 없이 우리가 뛰어 놀았던 넓은 공터로 나를 데려 갔다. 잠자리들이 여름 공기를 가르며 신나게 날아다니던 장면이 섬광처럼 반짝 그려지는 거다. 언니는 네이버 검색창까지 캡처해서 '철비'가 잠자리의 경남 지역 사투리임을 증명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잠자리를 거의 보지 못했던 기억이다. 지난해에 비해 모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 느루뜰에 잠자리가 날아드니 일석이조다. 나는 어린 날의 여름 한가운데로 시간 여행을 했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 주니, 덕분에 나는 훼방꾼의 방해를 덜 받으며 여름밤을 즐기게 되었다. 발코니에 모기장을 치고 누우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여름은 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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