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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끊은 원조…HIV 막던 네팔 구호인력 100여명 성매매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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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해외원조 삭감으로 일자리를 잃은 네팔의 성소수자(LGBTQ+) 구호인력 100여 명이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내몰렸다. 이들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거나 폭력을 당할 위험이 커진 데다 지역사회의 HIV 예방망에도 공백이 생겼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네팔 중부의 산업도시이자 교통 요지인 헤타우다에서 9년간 HIV 예방 활동을 해온 트랜스젠더 여성 루비 라마(28)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실태를 전했다. 라마는 과거 HIV 예방 활동을 하던 도로에서 성매매 종사자와 손님들을 상담하고 HIV 검사를 했지만, 지금은 밤마다 그곳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미국의 해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자금 집행을 동결한 뒤 기관을 사실상 해체했다. USAID 지원을 받던 비정부기구(NGO) 프렌즈 헤타우다의 HIV 검사·상담·예방 사업도 중단되면서 직원 17명 가운데 라마를 포함한 1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르준 바타라이 네팔 NGO연맹 회장은 네팔에서만 약 3만5000명이 실직한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는 네팔의 성소수자 지원망 전반으로 번졌다. 프렌즈 헤타우다 같은 단체들을 아우르는 블루다이아몬드 소사이어티는 운영비의 85%를 USAID에 의존해 전국 진료소 20곳에서 HIV 치료제와 예방약인 프렙(PrEP)을 제공하고 무료 검사와 콘돔·윤활제 배포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지원이 끊기면서 1200여 명이 프렙을 받지 못하게 됐고 직원 350명 가운데 262명이 실직했다. 마니샤 다칼 사무총장은 이들 중 35~45%가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조 프로그램을 효율과 성과를 높이고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여전히 어느 나라보다 많은 보건·인도주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지원을 늘려 국제사회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은 네팔의 트랜스젠더들이 다른 생계 수단을 찾기는 어려웠다. 다칼 사무총장은 NGO를 제외하면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라마도 지방정부 일자리에 지원해 처음에는 채용됐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찾아가자 거절당했다. 한 호텔 관리자는 청소직 교육 중 라마를 추행한 뒤 자신과 지인들과의 성관계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라마가 거부하자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라마는 끼니를 거르기 시작했고 약값과 집세도 내지 못했다. 집주인은 집에서 내보내겠다고 압박했다. 프렌즈 헤타우다의 키란 타파 책임자에 따르면 일자리를 잃은 직원 14명 가운데 8~10명이 결국 성매매를 시작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라마도 ‘성매매를 하거나 굶거나 둘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거 HIV 검사를 해주던 도로에서 첫 손님을 만났지만, 약속한 1000루피(6.5달러) 대신 700루피(4.5달러)만 받았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라마는 죽음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AP 취재진이 동행한 5월15일 밤에는 오후 11시까지 손님 2명을 만나 한 명당 3달러(약 4400원)를 받았다. 라마에게 필요한 한 달 집세와 식비는 80달러(약 11만8000원)다.

보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원단체의 진료가 중단되자 HIV 감염 트랜스젠더들은 일반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차별받을까 두려워 치료제를 구하러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콘돔과 윤활제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하거나 손님에게 이를 강요당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원조 축소로 HIV 예방망이 약화된 현상은 네팔 밖에서도 나타났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HIV 감염률이 높은 국가들의 검사 건수는 22% 줄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콘돔 지원 예산이 90% 넘게 삭감됐다. 사르베시 샤르마 네팔 국립에이즈·성병통제센터장은 인도와 국경이 열려 있고 이주노동자와 해외 유학생의 이동이 많은 만큼 네팔에서 커진 HIV 감염 위험이 국경 밖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 못지않게 직접적인 위험은 성매매 현장에서 겪는 폭력이었다. AP통신이 인터뷰한 구호인력 출신 성매매 종사자 15명 가운데 상당수는 콘돔 없는 성관계를 강요받았고 거의 모두 폭력을 겪었다. 일부는 집단 성폭행까지 당했다. 라마는 흉기를 든 남성에게 성폭행할 경우 자신도 HIV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득해 달아났다. 11년간 HIV 예방 활동을 한 수자타 차우다리는 콘돔 없는 성관계를 강요받은 뒤 매독에 걸렸다. 프렌즈 헤타우다에서 16년간 일한 바르샤 마가르는 군인 2명에게 총기로 위협받고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현실도 이들을 괴롭혔다. 16년간 HIV 예방 활동을 한 아시카 타망은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던 성매매 종사자들과 이제 같은 처지에서 마주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낮에 만나던 사람들을 이제는 밤에 만난다”고 말했다. 새 자금 지원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 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라마도 앞으로도 밤마다 자신이 한때 HIV 검사를 해주던 도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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