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인가, '시늉'인가... 이 대통령의 겁쟁이 행보

지난 23일 개최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내 머릿속을 제일 먼저 스친 말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한자 성어였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정작 튀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뜻이다. 계획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 3시간 이상 진행된 토론회에서 많은 말이 오갔고 그만큼 대통령도 많은 의견을 밝혔으나,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정책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라진 개혁의 결기, 초라해진 정책 구상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1월 말 이후 3월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정상화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과제다",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 꼭 뿌리 뽑겠다"라는 등 서슬 퍼런 강성 메시지를 무려 30차례 이상이나 직접 쏟아냈다.
당장이라도 근본적인 부동산 개혁에 나서서 해방 이후 누적되어 온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일거에 도려낼 듯한 기세였다. 하염없이 상승하는 집값 때문에 신음하던 서민과 청년들은 대통령의 단호한 레토릭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지지율도 한때 상당히 높게 형성됐다.
그러나 넉 달 동안 잠잠하다가 막상 뚜껑을 연 이번 대토론회의 내용은 거창했던 예고편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대통령의 토론회 모두(冒頭) 발언과 마무리 발언, 패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은 불과 몇 달 전 쏟아냈던 강성 발언들과는 확연한 거리가 있었다.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할 수 있는 정책의 철학과 기조에 대한 견해 표명이 거의 없었고,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에 관한 질문들에 응답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해관계가 각양각색인 사람들을 모아 놓고 토론을 진행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칼을 빼 들 것처럼 호언장담했던 몇 달 전의 결기를 생각할 때 의외의 태도 변화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정작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들여다보면, 불로소득 차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 세제 개혁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선진국 수준의 부동산 세제를 갖추려면 보유세를 3배가량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리하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사실상 과감한 조세 개혁에는 스스로 선을 그었을 뿐 아니라 장기 비전도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하면 주택만이 아니라 토지와 빌딩까지 포괄해야 함에도, 그날 논의의 관심 대상은 오로지 주택 문제뿐이었다. 주택 문제는 온 국민의 일상적 삶에 관련된 중대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 국민과 정치인의 관심이 온통 주택에 쏠리는 사이에 소수 기득권층과 재벌·대기업은 토지·빌딩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있으니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차등 과세와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는 과녁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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