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무관여', 어디까지 허용될까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 기탁금 관련 언급이 정치적 파장을 낳으면서 대통령의 당무 관여 허용 기준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사무에 어디까지 관여 또는 개입할 수 있는지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터라 정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습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현직 대통령의 당무와 관련된 규정이 모호한 실정입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당헌 개정 필요성과 함께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당무 개입 위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적 판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근의 윤석열 부부 판결입니다. 박근혜는 탄핵 국면에서 당시 새누리당 공천 개입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고, 윤석열 부부는 명태균 여론조사와 관련해 공천 등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박근혜 판결에서 재판부는 유죄 판단의 근거로 청와대 등 국가 기관이 동원됐고, 행위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윤석열 부부 재판의 경우 윤석열 1심에선 공천 영향력 행사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김건희 1, 2심 재판에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결정한 점을 들어 공천 개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판결을 통해 대통령 당무 개입의 법적 기준을 유추하면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등 공직선거 관여, 공조직이나 국가기관 동원, 반복적·체계적 개입, 정당 공적 절차 무력화 등의 요건에 해당할 때 위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 당내 경선과 관련한 언급이나 공조직을 동원하지 않는 행위, SNS 등을 통한 개별 사안에 대한 발언, 정당의 정상적인 절차를 훼손하지 않는 경우는 당무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즉, 여당 내 경선이나 현안 등에 대한 대통령 개인 명의의 의견 표명은 허용되는 셈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이 대통령의 잇단 여당 전당대회 관련 발언은 당무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이 당무 개입으로 문제 삼는 발언은 모두 4건입니다.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집권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6월 13일), 김민석 전 총리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6월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을 언급하며 "해괴한 결론으로 기소"(7월 15일), 일부 최고위원 기탁금 인상 비판에 "청년 후보 힘들어하니 되돌리는 건 어떤가"(7월 19일)입니다. 하지만 이들 발언은 여당에서 진행되는 전당대회나 특정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 수준이어서 당무 개입이라는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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