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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의 서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3〉
동아일보
![분홍의 서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3〉](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31/134404614.1.jpg)
분홍 속엔 분홍이 없다흰색이 멀리 뻗은 손과빨강이 내민 손나와 당신이정원에서늙은 정원사처럼차츰 눈이 어두워지는사라지는 우리는분홍―서안나 (1965∼)초록으로 무장한 여름 한복판을 걷다 눈이 환해질 때가 있다.
아기 얼굴만 한 수국을 주렁주렁 매단 꽃나무와 마주하게 되거나 낭창하게 흐드러진 능소화를 볼 때, 백일 꽃을 피운다는 목백일홍 앞에 설 때 감탄한다.
봄에는 잎이 예쁘고 여름에는 꽃에 마음을 더 빼앗기게 되는 까닭이다.
오래전 미소가 아름다운 어르신께 분홍 수국을 선물한 적이 있다.
작은 마음을 전한 것뿐인데 어르신이 연신 수국에 코를 대 보며 기뻐하셨다.
그때 생각했다.
수국은 점잖게 나이 든 분에게 썩 잘 어울리는 꽃이구나.
화사한 청춘일 때는 꽃의 아름다움을 다 알지 못한다.
“분홍 속엔 분홍이 없고” 젊음 속엔 젊음이 없으니까.
만발한 꽃나무 앞에서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은 한때 만발한 꽃나무였던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어릴 때는 분홍이 화사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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