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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교수 신부와 여대생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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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교수 신부와 여대생의 결혼

1957년 2월 8일 발행된 관보 제1720호에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귀화를 허가했다는 이호 법무부 장관 고시가 적혀 있다. 1948년 12월 20일 국적법이 제정 공포된 지 8년 2개월 만에 탄생한 귀화인 1호는 1933년 중국 산둥성에서 이주한 대만(자유중국) 국적자 손일승이다.

뒤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대부분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과 일본인 여성이었다. 1998년 개정 이전의 국적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외국인'은 별다른 자격 요건이나 절차 없이 귀화할 수 있었다. 1960년 귀화 서양인 1호로 기록된 쉬코바재논도 1960년 한국인과 결혼한 러시아 출신 여성이었다.

최초의 서양남자 귀화인은 1966년 2월 18일 한국 국적을 취득해 서강 길씨의 시조가 된 예수회 신부 케네스 에드워드 킬로렌(한국명 길로연·吉路連)이다. 당시에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한돼 주목받지 못하다 보니 오랫동안 그가 귀화 서양인 1호로 잘못 알려졌다.

"3·1운동 일어난 해에 태어나 한국과 특별한 인연"

킬로렌은 191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3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으로 아버지는 건축업에 종사했다. 1966년 2월 28일과 3월 2일 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한국 내 새 祖國(조국)'에서 그는 "내가 태어난 해에 한국은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려고 유명한 3·1운동을 일으켰다고 하니 태어날 때부터 한국과 인연이 있나 보다"라고 털어놓았다.

생후 6개월 만에 위스콘신주 애플턴으로 이사해 초·중·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소년단, 운동부, 학생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리더십과 봉사 정신을 길렀다. 아버지 사업을 잇는 기술자가 되려고 노틀담대에 진학했으나 1학년 여름방학 때 생각이 바뀌었다. 남을 돕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온 생애를 봉사에 바치기로 한 것이다.

밀워키 교외 세인트프랜시스 신학교에 입학하고 가톨릭 남자 수도회인 예수회에 가입했다. 1940년에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대로 옮겨 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사제품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위스콘신주로 돌아와 수도 생활을 하며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던 중 해외 선교에 뜻을 두었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너무도 많은 것을 소유한 반면 다른 나라에는 너무도 없는 게 많아 부족한 나라에 가서 불균형을 재분배하고 싶었다고 한다.

서강대 설립 작업에 앞장서고 초대 학장에 취임

한국 천주교의 요청에 따라 1948년 9월 교황 비오 12세는 대학 설립을 윤허했다. 설립 작업이 미국 예수회 위스콘신관구로 이관되자 레오 번즈 관구장은 건축 경험이 있고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킬로렌을 1955년 10월 한국에 파송했다. 킬로렌은 동료 예수회원들과 함께 1957년 서울 노고산 자락(마포구 신수동) 토지를 구입해 건물을 짓고 문교부 인가를 얻어내는 등 개교 준비에 힘썼다.

노고산은 1933년 망우리 공동묘지가 들어서기 전에 인근 주민이나 처형자들의 매장지로 쓰이던 곳이다. 1839년 기해박해로 새남터에서 참수된 프랑스 출신 앵베르 주교와 모방·샤스탕 신부도 이곳에 묻혔다가 관악산 옆 삼성산을 거쳐 명동성당으로 옮겨졌다. 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이 공부하는 삼성가브리엘관 앞 잔디마당에 세 사제의 현양비가 세워져 있다.

대학 이름은 한강 중에서도 광흥창 앞 일대를 가리키는 서강(西江)이라고 정했다. '새우젓 동네'를 연상시킨다며 반대하는 이가 많았으나 초대 학장에 내정된 킬로렌이 주변 지명을 따서 짓는 것이 대학의 오랜 전통이라며 고집해 관철했다. 서강대는 1960년 4월 18일 문을 열었다가 하루 만에 4·19 혁명이 일어나 한동안 휴교해야 했다.

킬로렌은 의욕이 넘쳤다. 서울대 이희승 교수와 고병익 교수에게서 각각 한국어와 한국사도 배웠다. 한국식 이름은 이희승 교수가 예수회 창립자 로욜라 이름에서 첫 글자를 따고 '좋은 길로 이어진다'는 뜻을 담아 지었다. 한국을 깊이 알고 싶어서 방학이면 학생들과 함께 제주도, 설악산, 동해안 등 명승지와 산골 오지를 누볐다. <경향신문> 기고문에는 이런 대목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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