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페스티벌도 그립감이 좋다 "힘 많이 얻고 갑니다"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핀볼 게임(Pinball game) / 끝은 어딘지 / 점점 번져가 너의 향기 ♪♬"
30도가 넘는 무더위도 그룹 '리센느(RESCENE)'가 퍼트리는 무대 향기에,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주며 한풀 꺾였다. 25일 오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여름 음악 축제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2026(ONE UNIVERSE FESTIVAL 2026·OUF 2026)'의 플로어는 이들이 뿜어내는 공감각적 심상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보통의 페스티벌에서 오후 1시대는 예열을 위한 공백의 시간에 가깝다. 그러나 리센느는 그 물리적 통념을 단숨에 전복시켰다. 앞서 오프닝을 장식한 18인조 재즈 빅밴드 '어노잉 박스(Annoying Box)'의 리더 조매력조차 "무대를 끝내고 나도 리센느를 보러 가야 한다"고 고백할 만큼, 이들의 무대는 페스티벌의 중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현장이었다.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들은 총 6곡을 쏟아냈다. 뙤약볕 아래 멤버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지만, 미소만은 인근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비행기처럼 거침이 없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향해 "비행기 봐"라고 외치는 천진난만함은, 이들이 압도적인 무더위를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무대라는 공간 자체를 온전히 영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트리스트는 짧지만 서사적 완결성을 띠었다. 대표곡 '러브 어택'으로 포문을 연 무대는 한여름 내리는 눈(雪)처럼 흩날리는 종이가루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환기해 냈다. 이어 '런어웨이', '데자뷔', '핀볼', 그리고 카라의 '프리티 걸' 커버 무대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원유니 그립감이 좋다"는 메이의 넉살 좋은 인사를 비롯해 각자의 유행어로 건네는 소통은,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영리한 장치였다.
리센느는 본래 '향기'라는 비가시적 감각을 무대 위의 가시적 언어로 번역하는 팀이다. 향기가 배어든 노랫말, 공간의 여백을 활용하는 입체적인 안무, 그리고 통기성을 극대화한 박시한 의상은 턱막히는 열기 속에서도 무대 위를 탁 트인 공감각적 해방구로 만들었다.
앙코르로 다시 울려 퍼진 마지막 '러브 어택'은 첫 무대의 환기성에서 나아가, 철저히 축제의 열기에 복무하며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원이가 "저희가 찢은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찢었습니다. 힘 많이 얻고 갑니다!"라고 외친 순간, 관찰자와 퍼포머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원이를 비롯 메이, 리브, 미나미, 제나는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해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리센느는 '프리티 걸'로 MBC TV '쇼! 음악중심'에서 데뷔 후 첫 지상파 1위라는 쾌거를 안았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등 굵직한 축제들이 앞다퉈 이들에게 무대를 내어주며 힘을 싣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향기를 어떻게 공기 중에 확산시켜야 하는지 아는 자들은, 결국 가장 척박한 계절 속에서도 가장 짙은 잔향을 남기는 법이다. 여름 향기는 그렇게 계속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에는 같은 날 리센느를 비롯해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 펜듈럼(PENDULUM), 더로즈 등이 나온다. 25일엔 더 엑스엑스(THE XX), 턴스타일(TURNSTILE), 악뮤, 공원 등의 출연이 예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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