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발견한 뜻밖의 행복들

문 앞을 지나가던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책방에 가자."
그 말은 "엄마, 책방에 들어가 보자" 아니면 "엄마, 책 보러 가자"일까. 아이가 엄마 손을 끌어당기며 건넨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가 먼저 책방에 들어가자고 말한 건 분명하다. 대개 엄마 손에 이끌려 책방에 들어오던 아이들과 달랐다. 평소에는 책방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편하게 책방을 둘러보도록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때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가 먼저 책방에 들어가자고 한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을 건넸다. 엄마는 수줍은 듯 웃으며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 진열된 곳으로 들어갔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조용한 책방 안에 엄마의 목소리가 나직이 번졌다.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소리에 책방에 온기가 돌았다. 얼마 뒤 돌아가려는 기척이 느껴졌다. 동화 구연을 들으러 오는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주던 과자 한 봉지를 꺼냈다. 엄마에게 허락을 구한 뒤 아이에게 과자를 건넸다. 한 손엔 과자 봉지를 들고 다른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가 행복을 느낄 때
사람은 언제 행복을 느낄까.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거나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같은 큰 일만이 아니라 뜻밖의 순간에도 불쑥 찾아온다. 라디오에서 지금 마음에 맞는 노래가 나왔을 때 고개를 끄덕인다. 무더운 날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거나,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을 구름 한 점이 가려줄 때도 시원한 행복이 찾아온다. 베란다 화분에서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순간을 보거나 길을 걷다가 피어나는 꽃 한 송이를 마주할 때도 그렇다.
책방 한쪽 책상 위에 놓인 방명록에서 뜻밖의 행복을 만났다. 엽서보다 조금 큰 방명록 한 장에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
"행복하세요!"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마무리한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날짜도 없고 이름도 없으니, 누가 언제 쓰고 갔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글을 남긴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빌었다는 건 알 수 있다. 누군가 건넨 행복한 인사말이 내게도 닿았다. 아마 이 책방에서 이 글을 발견한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앞선 이가 남긴 "행복하세요!"라는 인사에 답이라도 하듯 다음 장에 조금 더 긴 글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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