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침묵도 기술"... K리그 음유시인 소준일의 중계 철학
스포츠 캐스터는 화려한 미사여구와 숨 가쁜 샤우팅으로 경기 시간 90분을 빈틈없이 채우는 직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로 15년 차를 맞은 베테랑 소준일 스포츠 캐스터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최근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를 예로 들며, 캐스터의 진짜 역할은 자신의 목소리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다양한 '원재료'의 매력을 손상 없이 안방으로 전달하는 '프레젠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중계 철학은 때로 과감한 역설로 이어진다. 방송국에서는 보통 3초 이상 오디오가 비면 방송 사고로 취급하지만, 소준일 캐스터는 현장의 감정이 온전히 증폭되는 순간이라고 느껴질 때 기꺼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침묵을 선택한다.
현장의 거친 숨소리와 서포터즈의 함성이라는 원재료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라면 생방송의 위험마저 최고의 중계 기술로 활용하는 뚝심. 이것이 그가 가진 독특하고 단단한 직업 철학이다.
"참으로 낯선 한 해였습니다. 챔피언의 명예는 동해안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그 잃어버린 별의 조각을 따라서 전북은 이제 새로운 길을 나서야 합니다. 여정의 첫 상대는 역대 최대 원정단의 대전. 아시아를 향한 자주색 꿈은 녹색의 철옹성에서 과연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요? 역동과 감동,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경기입니다. 전북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의 맞대결."
지난 2024년 3월 1일 K리그 개막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그라운드 위 선수가 아닌 중계석의 소준일 캐스터였다. 그는 정확한 발음과 편안한 톤으로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기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한다", "K리그 발전에는 소준일 캐스터의 몫도 분명히 있다"는 호평을 받으며 'K리그의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2010년 네이버에서 당시 내셔널리그라 불리던 현재의 3부리그 격 리그 중계를 시작으로 캐스터 생활을 시작했다. 짧은 3개월 동안 사회 초년생으로서 쉽지 않은 경험을 겪은 뒤, 2012년 KBS N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소 캐스터 역시 이 시기를 사실상 자신의 실질적인 출발선으로 여긴다. '아이 러브 베이스볼' 더빙 캐스터로 커리어를 본격화한 그는 현재 skySports와 쿠팡플레이에서 다양한 리그를 중계하는 15년 차 베테랑이 됐다. 그의 중계 철학과 내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팩트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 세우는 '그날의 중계'
- 축구를 중계하거나 분석할 때 자신만의 명확한 주제를 잡는 기준이 있나요?
"기준이라고 할 게 딱히 있지는 않고 그냥 전반적으로 다 챙겨봐요. 이 팀의 최근 폼이라든지 예전에 만났던 상대 전적 같은 건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래서 주제는 그때그때 바뀌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선수들에게 집중할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팬덤 간의 관계나 사건·사고가 있었다면 그 이야기에 집중할 때도 있죠. 조사는 하되 기본은 그날 경기 상황을 중계하는 것,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 중계 중 정보 오류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객관성과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하나요?
"사실관계가 틀렸을 때는 정정하면 돼요.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는데 뻔뻔하게 넘어가는 것보다 정정하고 넘어가는 게 신뢰도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되죠. 그런데 말실수가 나왔다거나 파트너가 돌발적인 상황을 만들었을 때는 옆 사람의 대처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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