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린다며 학교를 병원으로 만드는 교육부

교육부가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배경은 충격적이다.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2016년 273명에서 2025년 396명으로 늘었다. 10년 사이 45.1%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청소년 자살 10년간 45% '급증', 재탕 대책? "죽음의 경쟁교육 고쳐야" https://omn.kr/2imwi).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대책이 낯설지 않다는 데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것은 새로운 진단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반복되어 온 '위기 학생 조기 발견, 상담, 치료 연계' 체계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청소년 자살 예방 5대 전략은 예방, 감지, 개입, 회복, 기반 조성이다. 특히 '개입' 대책에는 위클래스 설치와 공간 재구조화, 위센터 기능 고도화, 모든 학교 전문상담인력 배치, 마음바우처, 병원형 위센터, 청소년 전용 병동·병상 확충이 포함됐다. 겉으로는 그럴듯하다. 위험한 학생을 빨리 찾고, 상담하고, 치료로 연결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학교 지원 체계가 확대됐는데도 청소년 자살은 줄지 않았나
지난 10년 동안 학교는 이미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선별, 위클래스·위센터 연계,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이라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그 방식은 청소년 자살 증가를 막지 못했다. 그 사이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45.1% 증가했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책 발표가 아니다. 실패의 점검이다. 왜 학교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확대되었는데도 청소년 자살은 줄지 않았는가. 왜 학생을 더 빨리 찾아내고, 더 많이 상담하고, 더 많이 치료로 연결했는데도 아이들은 더 많이 죽어갔는가.
교육부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처방을 더 큰 규모로 반복하겠다고 한다. 2023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받은 초중고생 173만여 명 중 4.8%인 약 8만 명이 '관심군'으로, 1.3%인 약 2만 명이 '자살위험군'으로 조사됐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공개된 바 있다. 학교가 이미 상당한 규모로 학생을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100% 확보하겠다고 했다. 위기학생 조기 발견, 마음건강 실태조사, 학생 자살 심리부검, 상담 기록 표준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흐름은 분명하다. 교육부 대책 안에서 학교는 아이를 이해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를 분류해 넘기는 곳이 된다. 학생을 교육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선별하고, 기록하고, 상담하고, 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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