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미만 SNS 금지법', 프랑스 초강수... 한국은 왜 못하나
왕을 단두대에 세우며 혁명의 나라라는 또렷한 지문을 세계사 속에 새긴 프랑스는 '자유와 평등'을 인류 보편의 가치로 각인시킨 나라다. 골목마다 CCTV 설치를 골자로 하는 소위 '포괄적 보안법'이 시민들의 격한 반대로 무산되었던 것이 불과 6년 전 일이다.
그런데 치안보다 인권을, 통제된 질서보다 무질서 속에 존중되는 자율을 상위 가치에 올려놓던 이들이, 이번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선봉에 서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포로가 된 청소년들을, 그 치밀한 알고리즘의 수렁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에 프랑스 사회가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의회, 시민 여론, 미디어가 함께 다가오는 9월 새학기부터 15세 미만 청소년들을 SNS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지'로 아이들을 구하자
"금지를 금지하라" 외쳤던 68세대의 후손들은, 오늘날 15세 이하 청소년들에 대한 SNS 금지를 과감히 택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범람이 어린 세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관용의 수위를 훌쩍 넘어섰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온 나라가 '금지'를 위해 대동단결하게 된 데에는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촉매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14~15세의 소년들이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또래 학생들이나 교직원·교사를 살해, 혹은 상해를 입히는 충격적인 일이 잇따랐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SNS가 폭력의 직접적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진단이 대두됐다.
2024년 11월엔 틱톡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일곱 가족이 틱톡을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틱톡이 자살·자해·섭식 장애를 조장하는 영상을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노출했고 그 결과, 자신의 자녀들이 자살 혹은 자해를 했거나 거식증에 걸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2025년 3월 프랑스 하원에서는 관련 사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틱톡이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 조사위원회'를 발족했고, 9월에 이 조사위원회는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속 금지 및 디지털 통행금지(오후 10시~오전 8시) 도입 등 43가지 강력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특히 틱톡을 "청소년의 심리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최악의 SNS 중 하나"라로 지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보고서는 슬픔, 우울, 불안과 관련된 영상을 한두 번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추천하여, 청소년을 우울증, 자해, 자살 사고가 담긴 '토끼굴(rabbit hole)'로 밀어 넣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위험한 도전을 부추기는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 역시 매우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이며, 이는 미성년자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보고서는 틱톡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명시하고 있다. 현재 파리 검찰청은 틱톡의 혐의와 관련하여 공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고, 그 사이 집단 민사 소송에 참여한 가족은 16개로 늘어났다.
15세 미만 SNS 금지법, 청소년들도 찬성
이같은 일련의 흐름 속에서 불가역적으로 기운 여론은 정치권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난 1월 27일, '15세 미만 SNS 금지법'이 하원이 130 : 21의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3월 말엔 상원에서도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세부 내용에서의 이견 조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위원회 최종 논의 단계에 와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법안에 강력한 지지를 표하며, "우리 아이들의 뇌와 감정은 판매 대상이 아니다. 미국 플랫폼이나 중국의 알고리즘에 조종되게 놔둘 수 없다"라는 말로, 사안의 심각성과 알리며 의회의 빠른 진행을 촉구했다. 마크롱은 청소년들의 뇌를 무차별로 장악해 온 외국계 빅테크들을 향해 '그들이 프랑스 법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다각도의 강력한 제제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 찬성이다. 놀랍게도 규제 대상인 청소년들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이 법안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Odoxa)'가 11~17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7%가 15세 미만의 SNS 사용 금지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76%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SNS 계정은 삭제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부모 세대 또한 79%에 이르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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