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 한 코 뜨개질하듯 매만진 글을 만나다

유재은 작가의 책 <무용해도 좋은>(2025년 10월 출간)을 읽고 나니, 칙칙한 일상에도 나름의 색깔을 입히는 습관을 배우게 됐다. 투명한 것조차 새로운 빛깔로 바라보게 하고, 지나온 삶은 빛 스펙트럼이 되었다는 걸 새삼 알았다. 그래서 "빛으로 헤아린 하루의 풍경 / 서툰 감정들이 빛이 되어 말을 건다"라는 부제를 한 잔의 잎차처럼 머금었다.
작가는 문장의 향기를 헤아리며 '읽고 쓰는 삶'을 살았다. 26년간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문학의 봄> 신인상 수상을 통해 동화 작가로 등단했고, <매일경제>에 글을 연재했으며 저서로는 <좋이 책의 위로!> 가 있다. 깊어지는 생의 계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용해도 좋은' 순간들을 발견하며 그 묵묵한 길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책의 장마다 다양한 빛깔이 소개된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빚이 많기도 하다. 가림빛, 거먕빛, 검부잿빛, 발간빛, 반물빛, 제빛, 갈빛, 꼭두서닛빛, 가짓빛, 갈맷빛, 모싯빛, 약댓빛, 감은빛, 꽈릿빛, 날빛, 먼뎃불빛, 이슬빛, 이사빛, 대춧빛, 무명빛 등은 처음 접하는 색이다. 실제로 이런 색깔이 있는지? 아니면 작가가 섬세한 시선으로 살려낸 빛인지 궁금했다. 아무튼 우리말로 명명된 고유한 색상 이름이 어지간히 예쁘고 정겹다.
게다가 그 빛깔들과 매칭된 글 제목이 조탁 된 시어 같았다. 예를 들면, '가림빛'은 "볕뉘의 순간", '거먕빛'은 "불안을 살아내다", '반물빛'은 "그날이 오늘이라면" 등이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글 제목 하나가 한 편의 시를 압축해놓은 듯했다. 작가가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글 한 편을 쓰면서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지 가늠이 됐다. 글을 한 코 한 코 뜨개질 하듯 매만졌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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